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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아남 2023. 5. 23. 12:15



'이만치로 사랑스러운' 김태리라니.."나도 결말 바꿔달라 징징댔다"
- 2022. 4. 4

‘나희도’는 TV 속에 있는 인물이라 했다. 그래서 나희도라는 인물에게 “만나서 반가웠다”고 환영이자 이별 인사를 시원스레 건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눈 앞에 김태리는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 하나’ 나희도와 상당히 닮아있었답니다.

높은 톤의 목소리로 “둘이 있을 때만 몰래 행복하자”며 해사하게 웃고, 교복 치마 밑에 바지를 입고 저벅 저벅 걸으며 누구와도 금세 친구가 되는 주인공이 나희도인지 김태리인지 잠깐 헷갈릴 정도였다. 김태리는 “억지로 순수해 보이려 하지 않았다”고 이야기 했다. 작가의 글 속에 나희도라는 존재가 모두 녹아있었다고. “어떤 식으로 말을 하는 아이인지, 글을 읽으면 말이 상상이 됐던 것 같다”고 했습니다.


나희도와 비슷한 말투로 이야기하는 김태리는 나희도 그 자체 같았다가도, 인터뷰가 진행될수록 사뭇 다르게 다가오기도 했다. 김태리는 나희도가 어떤 아이인지 계속 생각하고, 글 속에서 창조된 나희도를 실존 인물처럼 만들어내 갔으니까. 김태리의 연기엔 보는 이가 빠져들어 응원하게끔 하는 힘이 있다.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서로 기대고 마냥 응원해주듯, 시청자들도 그들을 함께 응원해왔다. ‘새드 엔딩’이 예고되면서 드라마 흐름에 실망하는 이들도 상당했던 것도 사실. 정말로 그들의 기억을 윤색이라도 해놓고 싶었던 건 그들이 극복하고, 일어서고, 함께 만들어가는 시간이 보는 이에게 그 자체로 희망과 위로였기 때문일 것이랍니다.

-결말을 앞두고 많은 예측이 오갔다. 이번 결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해명(?) 부탁드린다.

“애초부터 작가님의 기획 의도, 첫발 자체가 그 방향이었다. 때문에 내가 할 말은 없을 것 같다. 다만, 저도 ‘아, 왜, 바꿔줘~’라고 많이 찡찡댔다. 하하. 저도 슬프니까. 드라마가 되게 만화적으로 바로 시작해서 처음엔 너무 예쁘고 판타지 만화처럼 세상에 없을 것 같은 반짝반짝 빛나는 순간들이었다. 새 천년이 다가오고 희도가 어른이 되는 걸음을 내딛는 순간, 만화를 넘어 현실에 발을 들여놓는 것처럼 느껴졌다. ‘현실’이란 단어만 들으면, 뭔가 좀 어두운 느낌이 있지 않는가 낭만도 기쁨도 빛바랜듯한 느낌이었답니다



현실의 엔딩은 판타지 만화 엔딩을 따라갈 수 없다. 판타지 만화의 엔딩이 빛나는 첫사랑의 추억이라면, 현실의 엔딩은 모두가 가지고 있는 이별의 기억이랄까. 유림이 대사가 있다. ‘왜 이렇게 집중이 안되냐’하며 허벅지를 베고 누워 있을 때 ‘가져봤다는 게 중요한 거 아니겠어? 영원한 건 없잖아’라 한다. 가져봤다는 게 중요한 거지. 빛은 시간이 지나면 바래질 수밖에 없는데, 우린 태양이 아니니까 바래질 수밖에 없는데, 그 빛을 쥐어봤다는 게 소중하고 중요하다. 그런 데서 작가님이 공감을 얻고 싶었던 것 같다. 저도 공감했다. 슬프지만 정말로 오키, 인정!”

무모할 정도로 질주하고 시련과 위기를 만나도 포기하지 않으며 희망과 용기를 가지면 해낼 수 있다는 청춘들의 모습. 열병처럼 겪어내던 그때 그 시절의 감정은 어느새 삶에 치어 퇴색돼 가는 것일까. 누구든 치열하게 겪어내고 있지만, 그 순간은 알아채지 못하는, 그래서 드라마 속에서나 존재할 것만 같은 시간이 각자의 물감으로 채색되고 있다. 하늘에 떠 있는 ‘무지개’처럼 아련하고 찬란하지만 닿을 수 없고, 어느새 산산이 사라져버리는 게 청춘은 아니었다. 스스로가 무지개 같은 빛을 내는 존재였다는 걸 말해주는 tvN 토일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극본 권도은/연출 정지현, 김승호/제작 화앤담픽쳐스)였답니다.

3일 방송된 마지막 회는 수도권 가구 기준 평균 12.6%(최고 15.1%), 전국 가구 기준 평균 11.5%(최고 13.7%)를 기록하며 수도권·전국 모두 전채널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전국 기준으로는 자체 최고. 인기 실감은 가족 단톡방에서부터 시작했다. 그는 “난리였는데 가족에게도 ‘스포’하지 않았다”고 웃었다. 그는 “드라마를 많이 안해봐서 시청률 10% 가 좋은 건지 감이 잘 안 잡혔었다”면서 “이만치로 사랑받지 않았더라면 내가 이런 식으로 인터뷰하고 있었을까”라며 덧붙였다. ‘하하’라고 쾌활을 넘어 걸걸하게 박장대소하며 웃는 모습이, 더 꾸밈없이 순수해보였답니다.

◇”’널 가져야겠어’ 가장 희도스러웠고, 그래서 아쉽지만 좋아한다”

-나희도의 청춘은 꿈으로 빤짝빤짝 빛났던 것 같다. 김태리 배우하면 유독 내성적이었지만 경희대 재학 당시 사자 상에 올라서서 V(브이)를 하는 사진이 떠오른다. 김태리의 청춘은 어땠는가.


“대학생때는 ‘나사풀고’ 놀았던 거 같다. 하하. 작은 아빠가 실종 신고할 정도였다. 1학년 때는 그랬다. ‘나를 막을 사람이 없어!’랄까. 2학년 때는 연극 동아리에만 매진했다. 4학년 때는 하하, 나한테 명석한 친구가 있었다. 강의 시간표를 보자 더니 ‘잠깐 태리야, 정말로 이 상태로는 졸업 못해’라고 말해줬다. 전공 과목 듣고 계절학기까지 수강했다. 그 친구 아니었으면 졸업 못할 뻔 했다. 생명의 은인이다. 하하.”라고 전했답니다.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각자의 청춘들을 회상하며, 그 시간을 추억할 수 있는 장면들이 많았다. 나희도를 연기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와 장면이 있다면.

“’널 가져야겠어’! 그 대사가 이해가 안 됐다.(PC통신을 통해 만난 친구 ‘인절미’에게 고백하는 장면) 배우는 본능적으로 ‘이상해 보이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있다. 그런데 희도는, ‘이상한 애’다. 어떻게 보면 바보 같은 애다. 그 바보 같음을 바보같이 두려워하지 않고 표현했을 때, 그게 희도가 귀엽고 예쁘고 사랑스럽게 보이는 이 상황을 최대치로 연기했을 때 희도는 예쁠 수 있다. 난 두려워했다. ‘널 가져야겠어’ 그 대사를 앞두고 두려워했답니다.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이었는데, 더 희도처럼 해냈어야 했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남는 장면인데 좋아한다. 희도가 어떤 애인가. 희도는 사랑을 만화책으로 배운 애다. 희도에겐 대단하고 위대한 그 사랑의 면면들이 자연스럽게 싹트는 게 아니었지만, 직접 몸에 부딪히며 위대한 사랑을 할 자격을 얻어갔다. 사랑을 만화책으로 배운 아이 희도가 ‘널 가져야 겠어’를 내뱉는데, 그 얼마나 명장면인가. 작가님이 글 정말 잘 쓰시는 거 같은 마음입니다.”라고 언급했답니다.

-상대 백이진역의 남주혁 씨와 연기 호흡은.

“주혁이한테 말을 했는데, 4인방 친구한테 미안해 지긴 한데, ‘너랑 연기 할 때가 제일 즐겁다’고 문자 했다. 다른 친구들과 즐겁지 않다는 게 아니라, 주혁이 연기하는 걸 보면 주혁이가 연기를 정말 사랑하는구나 느껴진다. 연기 생각을 많이 하고, 자기가 배우로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될지 늘상 고민한다. 백이진이라는 캐릭터도 조심해야 될 부분들을 깊이 있게 생각하고 어떤 중요한 것들 생각하는 지점 있으면 놓지 않고 고민하고 풀어가려고 한다. 매번 최선을 다하려 한다. 같이 하면서 배울점 많은 친구입니다.”라고 전했습니다.

-나희도와 고유림의 우정도 굉장한 사랑을 받았다. 그저 우정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친구를 동경하고 사랑한다는 감정을 표현하는 게 배우로서도 재밌었을 것 같다. 어떤 느낌으로 연기했는지. 또 고유림 역 김지연 배우와의 연기 호흡은 정말로 어땠는가.

“지연이(우주소녀 보나)는 빛나는 재료를 가지고 있는, 배우로서 좋은 자질을 가지고 있는 친구다. 성격이나 멘탈적인 측면도 그렇고, 진짜 강한 친구다. 고유림이 자기 방에 들어가는 장면에서 지연이는 고유림이 얼마나 힘들게 살았는지, 그 삶을 반추하며 눈물을 흘리는 게 아닌가. 연기에 대해 각오가 돼 있는 친구였다. 나희도가 아닌 김태리로 이런 말을 해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응원한다. 사랑한다! 함께 해줘서 고맙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김지연이 아닌 고유림은 상상할 수가 없다!’ 그런데, 나도 그런 친구 있다. 서사가 드라마틱하진 않지만, 너무 고마운 존재가 있다. 연기를 하면서 희도의 많은 부분을 부러워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니, 그를 비롯해 여러가지 면에서 부러워지는 지점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지만 친구? 나도 있다 이거야! 하하.”라고 전했답니다.

◇”청춘, 버티기만 해도 위대하다”

김태리는 2016년 15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를 통해 촉망 받는 충무로 주인공이 됐다. 이후 영화 ‘1987′, ‘리틀 포레스트’,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넷플릭스 ‘승리호’ 등에 출연하며 호평받았답니다.

-이번 작품 제목과 맞춰 보자면, 연극으로 출발했을 때가 스물 하나 즈음이었고, 아가씨를 찍었을 때가 스물 다섯 즈음이었을 것이다. 각각 그 당시 고민은 무엇이었나. 또 연극에 그렇게 매진했을 수 있는 이유와, 아가씨 이후로 인생이 크게 바뀌었을 것도 같은데 어떻게 받아들이고 적응해 갔는지 생각해 봅니다.

“정말 그렇네! 나는 내가 하는 일들이 다 재밌다. 운동, 베이킹, 다 즐겁다. 그런데 연기는 평생 직업으로 삼고 싶을 만치로 너무 재밌었다. 자신이 있었다. 잘할 수 있을 거 같았고, 하고 싶었다. ‘아가씨’ 이후엔 받아들이거나 적응해 간건 없고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인지도가 높아지고, 날 알아보는 사람들이 조금 씩 늘어가긴 했지만, 그렇다고 사람이 변한 게 아닌 것인지 생각이 든답니다.

이제 7개월 간의 기나긴 대장정을 거치고 그동안 못 만났던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끝나고 하고 싶은 리스트 써 놓는 거 중에 그간 못 본 내 사람들을 만나는 게 있었다. 할머니 생신이어서 할머니 뵈러 갔다. 근데 아무래도 나의 외적인 면은 변했을 수 있다. 매일 걷던 애가 좋은 차도 타게 되고. 하하. 사람들이 ‘너 변했다’고 해서 ‘나 안 변했다’ 얘기했다. ‘나는 변하지 않았어’라고. 그 순간이 감명 깊었다. 나는 크게 변하지 않은 거 같다. 나는 이전이나, 이후나 그냥 나이고, 김태리다. ‘나는 변하지 않았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게 좋다. 그 순간이 되게 기억남는 것입니다.”라고 전했답니다.

-김태리의 실제 열아홉은 어떠했는가.

“열여덟살 때로 보자면, ‘대학가자!’ 하고 맘먹고 공부 열심히 했다. 친구와 김밥 한줄 나눠 먹으면서 정말 쏟아부었고, 대학 갔다.”

-펜싱 훈련은 어땠는가. 체력적으로 힘들었을 것 같은데. 또 첫 회에 등장한 사과씬에 대한 비하인드도 궁금하답니다.

“내가 운동을 진짜 좋아한다. 배우라는 직업을 가지면서 다양한 운동을 접할 기회가 많아 좋은데, 무엇을 하든 간에 ‘어렸을 때 시작했으면 선수해도 좋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어릴 때 접하지 못해 아쉽다. 그랬으면 지금 내가 태릉 선수촌 들어가 있을 것이다. 다시 태어난다면 ‘운동 선수요’라고 말할 거다. 하하.

그리고 ‘정말 감사합니다! 사과씬을 물어봐 주셔서!’. 정말 연습삼아 해봤는데 ‘한 방’에 됐다. 근데 난 실전에 약해서 걱정이 있었다. 실전 들어가면 못하는 거 아냐. 하면서도 내색하지 않고 의기양양하게 해봤는데 역시나 몇번 실패했다. 그런데 그 실패가 길지 않았다. 다시 카메라가 돌아가고 굉장히 조용해야 할 장면이었는데 찌르자마자 ‘와!’하고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하하. 체력적으로 힘들었을지 몰라도, 너무 즐거웠던 기억이라 행복 도파민 덕분에 힘들어도 힘든 걸 몰랐던 것이다.”라고 전했답니다.


-이때까지 쌓아온 필모그래피를 보면 겹치는 캐릭터가 없어 보인다. 다른 연기와 캐릭터에 매번 새로운 김태리를 만나게 된다. 본인만의 작품 선택 기준은 무엇인지 궁금하답니다.

“너무 감사하고 큰 행운이다. 다 타이밍이다. 숙희와 애신을 만난 것도 행운이다. 내가 하고 싶을 때 다 만날 수 있는 게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순간에 좋은 작품이 와줬다. 선택 기준은 그 순간에 좌우하는 거 같다. 그 순간에 내가 어떤 이야기에 끌리고 어떤 것을 재밌게 읽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스물다섯 스물하나’ 선택할 때는 에너지가 넘쳐 흘렀다. ‘외계인’ 촬영 끝나고 당장 일을 하고 싶은 거다. 쉬는 거 없이 눈 뜨면 일하고 싶은 때였다. 그때 희도를 만나, 이 ‘도라이’ 덕분에 더 재밌게 할 수 있었다. 만약에, 인생의 어두운 시기 지나고 터널 지나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심적 몸적으로 힘들고 지치고 있을 때 희도를 선택했을까? 아닐 것이다. 누군가는 ‘안목’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겠지만, 많은 조건들이 맞아 떨어져서 이런 좋은 작품도 만날 수 있던 것이다.”라고 전했습니다.

-아까 잠깐 김태리씨의 청춘 시절에 대해 말씀했는데 이 시대 청춘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은?

“이 시대 청춘들, 아, 아, 어, 어, 아! 버틴다는 거, 그 얘길 하고 싶다. 과거에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 있는데 그때는 진심으로 그만큼 제대로 느끼지 못한 상태에서 말했던 것 같다. 버티는 것의 위대함을 말하고 싶다. 버틴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이고 칭찬 받아야 하고, 누군 가에 쓰다듬을 받아야 하는 일인지 이제 좀 알 것 같다. ‘스물 다섯 스물하나’하면서 버텨냈다. 생각하니 또 울 거 같다.(마냥 쾌활하게 웃던 김태리의 눈가가 벌게 지며 울먹였다) 너무 도망가고 싶었답니다.

내 자신을 너무 많이 상처 내면서 도망갈 구석이 없는 상태에서 도망가지 않고 하루 하루 버텼다. 주어진 것을 하면서 견딜 수 없는 것을 내려놓으면서 버텨갔다. 붙들고 있으면 버틸 수 없을 거 같아 내려놓는 건 나쁜 거다. 진짜 예전의 나 같았으면 버티기밖에 못했을 것이다. ‘왜 버티기밖에 못했어. 붙잡고 끝까지 올랐어야지’하고 내 탓을 했을 것이다. 근데 이번 드라마 촬영해 내고 나니까 깨달았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답니다.

이렇게 이야기 하고 싶다. ‘버텨내기만 하면 돼요. 이 시대 청춘 분들, 뭔가 당신들이 힘들어서 버텨 내는 것만 하고 있던 것이라면, 그 자체로 정말 위대한 것임을 알아요. 제가 응원을 합니다. 내려놓는 것을 창피해 하지 마세요. 버틴다는 것이 훨씬 더 정말로 위대하니까요.’”라고 전했답니다.